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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바퀴 달리기(옮긴글)2014.11.04
-천세인 에게 달리기를 권하며 좋은 말도 세 번을 들으면 싫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이든 반복해서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이나 달리고마는 턱없이 부족한 연습량으 로 이미 신청한 10월7일의 성남 하프와, 10월 21일의 춘천 풀, 그리고 11월 4일의 중앙 하프를 어떻게 치러낼 것인가에 대한 염 려와, 스스로의 게으름을 반성하는 뜻에서, 오늘은 100바퀴를 달리기 로 마음 먹었다. 살고있는 산본의 한가운데 자그마한 공원이 있는데, 수개월 전 단장을 깨끗하게 마쳐 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운동 을 즐긴다. 그 중 안쪽부터 260, 268, 275미터라고 각각 표시도 선명하게 되 어있는 트랙은 달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일주일전에는 40바퀴를 달리다가 보채는 아이들 때문에 그만두었 는데, 오늘은 아예 혼자 왔으니 마음도 편코하여 그렇게 작심을 하였 다. 트랙위는,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의 혼재였다. 또한 그들이 모두 달리는 것도 아니다. 천천히 산보하듯 하는 사람, 속보하는 사람, 뒤로 가는 사람, 아이들 걸리는 사람... 게다가 인라인스케이트, 킥보드, 자전거 에 심지어는 유모차를 미는 사람까지 천태만상이다. 비록 일정하게 속력을 내거나 마음먹은대로 페이스를 유지하기 는 어렵지만 그래도 사이사이로 달릴만은 하다. 오히려 달리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담소하며 걷듯 달리는 부부는 보기에 매우 편안하다. 겅중겅중 달리는 젊은 사람은 속도는 상당했지만 보는 이가 불안 하다. 아이들을 "하나, 둘, 셋!" 경주시켜놓고 까르르 웃어대는 여인 도 행복해보인다. "화다다닥..." 소리도 요란하게, 술내음을 풍겨가며 구둣발로 달려가는 아저씨의 치기도 밉지는 않다. 제법 이력이 있어보이는 몇몇의 달리기 꾼들은 조용조용히 페이스를 지키고 있다. 과체중인 듯, 한참 전부터 땀을 비오듯 흘리며 달리고 있는 소녀 가 안타깝다. 밝은색 환자복을 입은 젊은 여자를 안내하며 트랙을 걷고 있는 커플이 유난히 눈에 띤다. 그 여환자는 고무신을 벗어 양손에 들고, 맨발로 힘 들게 한 발 두 발 걸음을 옮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남자는 시종 한 두 발자국 이내의 거리에서 보호를 하고 있다. 보기 좋았다. 가끔씩 트랙으로 달려드는 씽씽카와 자전거를 탄 아이들 때문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러한 정겨운 모습들이 자아내는 훈훈함이 불쾌감을 이내 상쇄 시켜주었다. 40바퀴를 달렸다. 첫 열 바퀴는 14분, 다음은 16분, 15분, 15분이 걸렸다. 11킬로미터에 60분이니 목표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여건을 고려한다면 나쁜 기록은 아니다. 다시 열 바퀴, 또 열 바퀴, 또 열 바퀴... 100바퀴를 모두 달리 고 나니 2시간 38분이 지나있었다. 27.5킬로미터에 158분이니 킬로당 5분 40초 정도. 하지만 기록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 얻은 것이 있다면(아니 얻은 것은 많다. 항상 어느 여건에 서 달리거나 배우는 교훈은 많다. 다만 내가 어떤 관점에서 평가하고 받아들 이는가에 달려있을 뿐이다) 다음의 두가지다. 첫째, 무급수·무정지·묵언(사실 도중에 딱 한 마디 한적이 있 긴하지만)으로 그만한 시간과 거리를 달렸다는 점이고, 둘째, 새삼 마라톤의 무한한 매력중의 하나를 실감했다는 것이 다. 제 아무리 좋은 송창식과 정태춘의 노래도 열 곡만 부르면 목이 지치고, 좋아하는 술도 세 병만 마시면 손사래가 쳐지고, 바하의 걸작도 한시간만 지나면 잡념이 드는 성격인 내가, 대회도 아니고, 작디작은 트랙을 다람쥐처럼 100바퀴를, 그것도 지겨움하나 없이 달려냈다는 것은 마라톤의 참 맛을 여실 히 체험한 경험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렇다. 달리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